인간은 가장 큰 재앙을 자신의 가장 큰 보물로 여기고 늘 그걸 열어본다고 니체
가 말했다(옆에 책이 없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몇 부분이 틀렸을지도). 그게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을때 단 하나 남은 희망이라고. 신이 남긴 진짜 재앙은 희
망이라더라. 그의 말에 동감한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늘 꿈꾸기 때문에 살아간다.
유신과 5공하에서 피흘리고 고문당하고 처참하게 싸워야만 했던 그 분들은 꿈을
꿨기 때문에 그렇게 살았고 지금도 어떤 이들은 꿈을 꾸기에 그걸 얻기 위해 행동
하고 있더라. 늘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그들은 또 다시 꿈을 꾼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꿈을 꾼다.
그냥 눈 감고 외면하고 나만 살려 공부하자라고 마음을 먹다가도 그게 안 된다.
외면하고 싶어도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온다.
차라리 손가락을 분질러 버리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나는 혹시나 하고 희망을 가져
본다. 어리석게도...
방금 전엔 원서를 적고 있었다.
뭐가 뭔지는 알지만 그래도 정확하고 신중을 기하기 위해 월요일에 소피아한테 물어
봐야겠다. 원서를 쓰다가도 나는 괴로워 하며 글을 쓰기위해 컴퓨터를 켰다.
아마 독일-스페인 축구 결승전을 나가서 보고 오면서 나는 비참해 할것이다.
이곳은 이런데 한국은... 하면서. 참 바보 같다. 눈 딱감으면 될것을, 그냥 외면하면
될것을. 인터넷을 확 끊어버릴까 싶다.
혼자 이 멀리서 꿈꾸고 바라는 내가, 그 누구도 듣지 않을 글을 쓰는 내가 멍청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