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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k

지산

(사진 출처: 지산 락 페스티벌 공홈 http://www.valleyrockfestival.com/2010/index.html)
선물로 지산 페스티벌 31일 하루권을 받아서 갔었다.
나와 동생의 목적은 PSB였다, 정확하게는 언니네 이발관-PSB로 이어지는 콤보.

머리에 반투명(?) 상자를 쓴 댄서와 PSB의 등장과 함께 Heart로 시작했다.
닐은 쉬지 않고 노래 했고 지난 Pandemonium 때와 같이 나는 그의 노익장에 다시한번 경의를 표했다.
앵콜을 요청할 때 관객들은 Pet Shop Boys를 외치다가 Coldplay의 Viva La Vida의 후렴구를 불렀다.

앞에서 2. 3번째 줄에서 공연을 봤다.
작년 Köln Pandemonium 공연에 갔을 때는 그 큰 독일사람들 사이에서 아무 것도 볼 수 없어
2층에 올라가 난간에 매달려 퍼포먼스를 보고 집중해서 음악을 들었는데 이번은 즐겼다.
(똑같은 공연을 보고서도 흥분했었다. 오늘 오후까지도 목소리가 갔었다)
Go West에서 쓰고 나온 고깔 모자를 쓰고 원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언니들도 있었고(나이론
나보다 동생이겠지만...) PSB 하는 문구가 켜지는 LED를 머리에 하고 있는 남자도 있었고
아시아 PSB 빠들 정모하는 기세였다. 공연장 내에 있는 바에서 맥주 사 마시며 가볍게
몸을 흔들던 Köln Pandemonium의 관객들과 비교하면 정말 치열한 관객들이었다.
다른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내가 갔던 Köln Pandemonium과 비교하자면 쾰른의 관객들은 연배가
좀 있었다. 아저씨 관객도 많았고 내 옆엔 어린 소녀를 데려온 아주머니도 있었다. 그들이 나온
시기를 고려하면 쾰른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팬인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지산 밸리 팬들은 젊었다, 아주.
내 동생보다 더 어린 90년대 초반생인 듯한 팬들도 꽤 있었다. 그래서 동생한테 지금이 80년대나
90년대 쯤 되냐고 우스갯 소리를 했다.

지산 페스티벌 관객들의 흥분과 호응도가 대단했다.
그만큼 한국 관객들이 목말랐단 반증일까. 아님 단순히 한국 관객들이 젊어서일지도 모른다.
(물론 난 한국 관객들이 원해 호응을 잘 하는 거라 믿고 싶다)
앞에 있어서 잘 알 순 없었지만 관객도 꽤 많았던것 같다. 
한국 관중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어서 그랬던걸까, 닐이 말을 많이 했다.
(사랑스러운 영국 악센트!!!)

공연이 끝나고 상자를 그냥 관중석으로 던졌는데 관객들이 흥분해서 계속 달라고 해서
무대에 있던 상자들을 거의 다 던져줬다. 공연 끝나고 상자 쌓거나, 상자를 머리에 쓰거나,
상자 안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는 관객들이 많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상자 달라고 했을까.

그들의 공연은 물론 완벽했다.
그들의 라이브에 대해 논할 거리가 없다. 연륜이 넘치는 팝의 장인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인데
여기에 뭘 더 말할 수 있을까.
팝으로 예술을 만든 장인들의 음악에 공들여 하나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퍼포먼스가
주는 감동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음악의 장인일 뿐만 아니라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PSB이기에 그들의 팬이라면 그들의 공연에 가면 당신은 그들의 마성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
이다.





PSB Pandemonium 트레일러 영상.
나도 PSB 공연 런던에서 보고 싶다.



Suburbia가 참 멋있다 생각하고서 동생한테 시작할 때 저거 좋다고 했는데 뭔가 내 기억 같지 않았다.
청년 치매로 기억이 맛이 간건지 아님 진짜 Köln Pandemonium이 더 좋았던건지 헷갈린다.


*
PSB 공연 앞에 언니네 이발관의 공연 멘트치는 옹을 보며 그새 옹이 목소리가 왠지 닐 처럼
바뀐거 같다고 동생한테 말했더니 내가 PSB를 너무 많이 들은거라고 동생이 말했다.
화난 것 같은 얼굴이라고   말하지만 내 눈엔 세상 모든 근심을 다 짊어 지고 있는 얼굴 같다.
옹의 얼굴은 전 보다 더 많은 근심을 짊어진 것 같았고 더 마른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