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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게시판

암스테르담의 꿈(언니네 이발관-언젠가 이발관)


(언니네 이발관 3집 꿈의 팝송, 마지막 트랙)

오랜만에 맥주를 마셨는데 갑자기 언젠가 이발관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도 아니었던 이 노래를 계속 반복해 들었다(꿈의 팝송 앨범에선 대체로 2002년의
시간들이나 울면서 달리기, 나를 잊었나요를 듣는다).

이 노래가 갑자기 이리도 좋은걸까.

저작권법 때문에 올렸던 노래들 다 닫아 두고 직접 파일을 업로드하지 않았는데 유튜브에는
언젠가 이발관이 없어 직접 올렸다. 나쁜 의도도 아니고 그냥 좋은 노래를 나 자신과 나를
아는 지인들, 그리고 우연히 여기에 왔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난 도무지 법이란 걸 이해할 수 없다.
얼마나 공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올려본다.




*
나는 종종 암스테르담을 꿈꾼다.
파리엔 에끌레어를 먹기 위해 갔었다면 암스테르담은 운하 때문에 정확하게는 까위의 전락
때문에 가고 싶다. 밤의 운하를 걷는 건 어떤 기분일까.
밤과 그 밤을 그대로 반사하는 운하들.
하늘의 어둠과 운하의 어둠이 대칭을 이루고 있는 경계, 다리를 건너면 시간과 공간이
몽환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났는데 암스테르담에 아마 데카르트가 거주했었다고 알고 있다. 문명을
즐기되 오롯이 혼자 일 수 있었다던 암스테르담. 그 암스테르담이 가고 싶다.


*
지금 사는 주에 정착하고 싶은데 3월이 지나면 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그게 내 고향일지, 다른 도시일지 아니면 제 3국일지 아직은 모르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도시에 간다 해도 또 가을에 학교를 옮길 가능성도 크다.
낯선 곳에서의 고립을 바라지만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이젠 두렵다.
내가 인간이 된 곳, 가족도 두고 온 인간이 두려울 게 뭐가 있겠냐마는 나름 지금 사는 지역에 정도
들었고 예기치도 못했던 인연들도 생겨가는데 모든 걸 떠나보내고 나를 아는 이가 없는 새로운 곳
에서 백지의 상태로 시작한다는 게 싫다. 그건 내가 그 어떤 무엇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하지만 그를 위해 나는 또 0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그 0이 마이너스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