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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게시판

이 동물은...



이 동물은 백곰이 아니라 놀랍게도 고양이




왕대굴 너무 넉넉하신 풍체


담벼락에 앉아 고양이 특유의 저 신나는 등을 하고 있는 백곰이 아닌 진짜 고양이


고양이 인증... 저 우람한 동치에 저 가는 봉 위를 걷던




게슴츠레한 눈, 저 흘러내리는 턱살 어쩔...

덩치와 흉폭한 외모와는 달리 애교 넘치던... 사람 눈만 마주치면 골골골, 손만 닿으면 느끼시던

작정하고 꼬리를 흔들면 살상능력도 있을것 같은 꼬리.
꼬리가 워낙 크고 퉁실해서 꼬리는 별개의 생물처럼 느껴졌다.
내가 못볼때 꼬리가 따로 걸어다닌다거나 기어다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했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묘, 노숙묘.



봄 고양이



임신한거 아니냔 소리도 듣던 풍족하다 못해 과도한 뱃살


다리의 주인이 괴로워 하건 말건 혼자 만족하는 백곰


*
동생이 고양이에 대한 말들을 보내줬는데 그중에 고양이를 잊는다는건 힘들다는 문장이 있었다.
전격 공감.

몇년전 난 한 고양이를 알고 지냈다.
어느날 겨울 우리집 현관 앞에 있던 녀석으로 꼬질하길래 불쌍해서 멸치를 줬더니 그 이후로는
우리집에 먹을거라도 맡겨둔 마냥 와서 먹고 맘껏 애교 부리던 녀석이었다.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흰 털에 노랑 파랑 오드아이인 고양이 사진을 보고 이치를 떠올렸다.
사실 이치와 비교한다는게 그 고양이에겐 미안한 일이다. 이치는 이쁘지도 않고 후덕한 풍체와
큰 머리를 가진 백곰급 고양이면서 늘 다른 고양이들한테 맞고 살아서 콧잔등엔 상처를 달고
사는 좀 찌질한 고양이었다(언젠가 한번은 다른 고양이랑 싸우고 상처투성이가 되서 돌아왔었다.
백곰같은 식욕을 자랑하던 이치가 먹을걸 심지어 닭가슴살도 거부했다).

애교는 육덕진 풍체만큼이나 넘쳐서 빨래 널러 마당에 나가면 졸졸 따라 다니면서 내 발도 베고
눕는 건 일상이었고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저 등치에 무릎에 올라 온다고 무릎에 점프했다가 푸짐
한 덩치에 상대적으로 좁은 허벅지 위에 앉지 못하고 떨어졌다. 녀석이 무릎에 올라가는걸 워낙
좋아해서 꼬질한 녀석이라 내 다리에 신문지를 얹고 그 위를 탁탁 치면 지가 와서 앉았다. 고양이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늘 한손으론 엉덩이를 받쳐줬다.
이치와 함께 걸은적도 있다.
집에 가는 길에 이치를 봐서 '야 가자' 라고 하니까 진짜 따라왔다. 이치와 함께 걸으니 동네 아주머니
가 어찌 고양이가 사람이랑 같이 걷냐고 신기해 하셨다. 물론 이치가 풀밭과 남의 집에 관심을 보여서
녀석을 기다리느라 2분거리를 5분 좀더 걸려 오긴 했다. 녀석과 같이 걷는데 슈퍼고양이라 흡사 파트
라슈와 걷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켰다.

이치는 친절한 고양이었다.
한번은 친구가 집에 놀러 왔는데 마침 녀석도 와서 날 보며 바닥에서 몸을 비비적거리는데 친구가
신기해서 고 녀석 배를 만져도 좋다고 골골거리던 과잉친절묘였다. 이치는 밀고 당기기를 잘하는
고양이는 아니었지만 가끔 내가 일 끝나고 밤에 마당에 나가 이치더러 놀자고 앞발을 잡고 사정을
해도 나오지 않다가 마당으로 내려가 베란다 위 박스에 자리잡고 있는 녀석과 눈을 마주치면 '에휴,
저인간... 그래  나가주마' 하곤 나와서 골골거렸다.

생긴건 백곰이라도 고양이 특유의 유연성과 한번만 노려보면 어디든 올라가던 녀석. 고양이 인증이
라도 하 듯 눈만 마주치면 골골거리고 손만 닿으면 바로 느끼던 느끼한 고양이. 거울을 보지 않아서
인지 당연히 사람이 자길 이뻐할거라고 확신하고 애교부리던 근거 없는 자신감 넘치던 고양이.
거의 매일 사료 먹으러 우리집을 방문하던 이치는 몇년전 봄을 마지막으로 나타나질 않는다.
고양이를 잊는건 너무 힘들다.
녀석과 친해지면서 고양이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나는 고양이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벌써 몇년전 일인데도 녀석이 생각난다. 어딘가에서 전 주인 같은 사람 말고 잘 돌봐 줄 좋은 사람
만나서 팔자펴서 발길을 끊은거라 믿고 싶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
역시 고양이하면 보사노바 아닌가!
(그냥 개인적인 생각;)딱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양이와 보사노바는 어울린다
고양이들은 브라질 출신이거나 아님 포르투갈어에 능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고양이와 보사노바는 잘 어울린다.
보사노바는 여름에 들어야 제맛이다 겨울에 들어야 제맛이다 하는 음악이 아니라
어느계절이던 좋은음악이다.
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고양이들도 보사노바처럼 언제나 옳다는게 아닐까.




(Joao Gilberto&Caetano Veloso - O p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