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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게시판

엄마한테 온 전화(Suday bloody sunday)




낮에 독일인 탄뎀을 만나기로 해서 나가려 준비하는데 전화가 왔다. 약속 시간도 아직 전이고
딱히 전화 올 곳은 없는데 전화가 와서 아무 생각없이 할로 하고 받았다. 전화를 받자 마자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동생한테 온 쪽지를 보고 알았지만 엄마는 전화하자마자 걱정한바탕이셨다.
그래서 엄마한테 워낙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급박해서 독일에 있는 나 같은 피래미한텐 아무
일도 없을테니 걱정 마시라 했다. 그래도 엄마는 뭔 애가 그리 겁이 없냐 하셨다. 그래서 말했다.
난 당당하다고.
나는 비겁한 저들이랑 다르다. 나는 내가 아는 사실들을 말했던 것 뿐이다. 그게 잘못인가?
지난 일요일 나는 자유 발언 후 들어갔는데 엠비씨에서 왔다면서 인터뷰하겠냐 하길래 엠비씨라는
얘기에 그러겠다 했었고 얼굴이 나가도 되냐 묻길래 제가 잘못한게 있나요? 제생각엔 없는 데요
라고 대답하고 상관 없다 말했다.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 물음에 쓰고 있던 모자를 살짝 쓴 듯 제
껴서 썼다. 나는 당당하다.
유전적 걱정인자를 갖고 있는 엄마한테 더 걱정거리를 줬단 생각에 마음이 편치 못한 그 뿐이다.

내 미국인 탄뎀한테 한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부상자 얘기랑 이것저것 말했고 미국인 탄뎀도
이명박 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더라. 그리고 그가 한국에 있을때 살았다던 대구는 super
konservativ하고 한국 사람들이 비판하지도 않고 정치를 욕하면서 관심 없어서 신기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심지어 미국인도 대운하가 어떤것이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더라...
우울한 한국의 상황때문에 씁쓸했다.

오늘 낮엔 독일인 탄뎀을 만났는데 며칠전에 우연히 그를 봤던 베를린 집회에 대해 말했다. 내 지인
외국인들도 다 아는 사실을 가리려는 저 사람들, 그리고 사실을 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 오늘
독일인 탄뎀이 그러더라. (다음주)화요일에 집회가 있을거라 들었다고... 방금 인터넷을 확인해 보니
6.10 항쟁일에 맞춰 베를린에서도 집회를 할 계획이라 글이 올라왔더라. 난 물론 참여할 생각이다.
말도 못하고 아직 지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오지랖 부리는걸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대선때 이명박
은 죽어도 싫고 그렇다고 타 후보를 뽑자니 블랙으로만 일관하던 선거 유세에 질려 안해버렸다. 난 그
댓가를 치루려 것일 뿐이다. 어른들 때문에 소녀 한명이 실명 위기로 다쳤다. 어린 학생들이 몸도
마음도 상처 입고 있다.
알면서도 더럽다 회피해 버린 죄의식을 어떻게던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한국 내 지인들도 시위에
참가했다가 다행히 무사히 귀가 했지만 몰대포를 맞았다더라. 내 지인들은 한국에서 폭력을 사용해서
원래 없던 정당성도 잃어버려 더 이상 권력으로서의 정당성을 0로 만들어 버린 그들 에게 이렇게 지난
대선처럼 생각만 하고 무기력 하게 있고 싶지 않다.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할 마음이 없다. 멀리서 하찮은
힘일지라도 나도 뭔가 하고 싶다.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곤 하나도 없으니 몸으로 하는 단순노동이라도 해보련다.



*
동생한테 들으니 성을 갈아서 나갔다고... 의도한바는 아니지만 얼떨결에 어설픈 가명을 쓰게 됬으니
이로써 나는 더 안전하다고 엄마가 걱정하면 얘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