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고 보니 저 동그란 애가 달같아 보이기도 한다.
2009년 12월 23일 Essen, Weihnachtsmarkt 마지막 날.
촛점이들은 아마 크리스마스라 휴가를 갔던듯 하다.
12월 31일 23시 30분에서 12시 30분 가량의 거리.
나이 먹고 에끌레어도 먹으려 30일날 밤 버스로 파리로 출발하려 했으나 희대의 삽질로 버스를
못탔고 난리를 치다가 결국 집에 허무하게 돌아왔다. 그 다음날 환불을 위해 전화를 했으나
파리에서 다시 돌아올 표도 환불이 불가능하다길래 홧김에 다시 파리로 가는 편도표를 지르고
독거노인 모드로 있다가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무작정 거리로 나갔다.
무작정 시내로 걷다 역까지 갔는데 맥도날드가 열려 있어서 커피 한잔 사가지고 나와서 몸을
녹이며 불꽃놀이를 구경하려 했으나 내가 커피를 사서 나갔을 때가 12시. 무분별하게 터지는
폭죽으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다 시내로 들어갔다. 거리엔 폭죽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길을 나설 때 나를 겁먹게 만들었던 깨진 맥주병들은 십대 애들이 폭죽을 병에다 놓아 고정
시키고 터트린 거였더라.
깨진 유리병과 우후죽순 터지는 불꽃놀이로 거리는 뿌옇게 흐려져 있었고 경찰차는 안전 때문인지
시내를 순찰하고 있었다. 깨진 병, 뿌연 연기, 경찰차는 마치 시위 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십대 남자애가 일본어로 인사하길래 기분이 나쁘지 않아 나도 일본어로 같이 인사하곤 일본 사람
아니라고 했다. 아마 평소의 심기였으면 무시했거나 한마디 배운 중국어로 받아쳤을 것이다.
거리에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아수라장을 지나며 나는 그렇게 또 나이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