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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게시판

빌어먹을 희망

월요일 부터 금요일 까지 오전 부터 저녁까지 펜시점 알바, 주말엔 편의점 알바, 일주일 세번
저녁마다 학원 다녀오기, 귀가 하면 이르면 9시 늦으면 11시. 집에와서 공부하고 아침에 일어
나 또 알바하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어찌 이렇게 살았나 싶지만 그땐 가능했었다.
더 젊었을 때여서 견딜 수 있었던게 아니라 꿈과 희망이라는걸 다시 품었기에 난 버텼다.
저렇게 살고 병이 들어도, 직장에 다니며 시달려도 언젠가 올 그 날을 생각하며 난 버텨왔다.
그 빌어먹을 희망 때문에.

상자를 열었을 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 축복이라 여기지만 사실 그거야 말로 가장 큰 재앙이
라는 말에 깊이 동감한다. 하지만 난 지금 희망과 꿈을 잃어야 한다는 사실에 울고 있다.
니체가 말한 재앙을 잃야 하는 내 마음은 너무나도 아프다.

그저 흐르는 눈물이 내 안에 고여 아픔을 수장시켜줬으면 하고 바라지만 내 안에 가득 찬 눈물
은 저기 있는 슬픔을 잔인하리만큼 투명하게 비춰주고 굴절시켜 더 절절하게 내게 보여준다.

절망과 슬픔에 끝이 있다고?
끝이 있는게 아니라 그 고통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게다가 그 고통을 희망이라는 몹쓸 것에
마비 당해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손발이 잘리고 몸이 베어져 오장육부가 체외로 나올지라도 희망에 마취된 인간은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고 그 고통의 존재 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빌어먹을 희망...
희망이 나쁘다는걸 알면서도 희망이 주는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은 가장 어리석은 존재이다.


*
2010년 03월 11일에 쓴 글이다(독일 생활의 끝무렵에 쓴 글이다)
지금의 내 어휘력은 박제되서 그대로가 아니라 퇴화했다.
아... 욕 어휘력은 뛰어나졌다.
지금 내게 사적인 활동보다 더 익숙하던 사색과 독서는 사치다.
물론 지금의 나와 생활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것이 나에게 맞는 것이 아닌 것일 뿐
이것도 가치 있고 사회에서 더 쓸모로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