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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다

moon palace 2008. 9. 16. 07:36

이건 여행이라기 보단 고행.
허탕친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왜 나는 그들만 보면 입이 안떨어진단 말인가...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다 하는데 말이지.
돌아다니면서 내가 너무 한심하고 비참했다.
연락처야 남기고 왔지만 자신이 없다. 이번주에 또 bochum갈 수도 없고(돈이 장난아니게 깨짐)...
아무래도 가스트파밀리에(홈스테이?) 알아봐서 일단 bochum에서 거처를 마련해 두고 wg찾으러
돌아다녀야 하지 싶다... 왜 이따위 인지.

몸이 워낙 하찮다 보니 아픈건 아니었는데 속도 울렁거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어제 그냥 베를린으로
돌아오려 오늘 저녁 bochum출발로 예약해둔 기차표 시간을 바꿀 수 있나 알아봤지만 그러려면 새로
표를 사야 한다기에 그냥 essen에서 1박하고 왔다.

이번에 베를린 밖으로 다녀오며 내가 진짜 독일에 있다는걸 실감했다.
베를린 내가 사는 동네는 그나마 얼핏 서울과 비슷한데 거긴 진짜 독일이더라.
베를린에 넌더리를 내고 있었는데 별세계에 다녀오니 베를린이 눈물나게 그리웠다.
이번에 내가 뼈속 싶이 한국인이라는걸 실감했달까...

삭신이 다 쑤신다.
내가 이 따우 몸으로 보름동안 미친듯이 걸어다니며 여행했다는게 새삼스레 신기하다.
4년전 일이긴 하지만 이 하찮은 몸으로 그런걸 했다니...
내일은 아마 식물인간 상태일듯 하다.


*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보름달을 보았다.
정말 새하얗고 둥근달이었다.
독일에서도 보름달을 볼 수 있다는게(당연한거지만) 왠지 신기했다.